죽음
인간은 언젠가 죽는다. 인간인 나는 언젠가 죽게 될 것이다.
당연한 사실이지만 난 어릴 때부터 항상 죽음을 직관적으로 무서워했다. 15살이 된 나는 내가 15살까지 살 줄 몰랐고 "내가 15살까지 살다니 신기하네" 라 생각하며 놀라워한 적이 있었다. 사실 지금도 그렇다. 현재 만 27살이 된 내가 지금까지 살아 있다는 건 신기하다. 생존 본능이란 대단한 것 같다. 무의식적으로 생명 보존을 위해 밥을 먹고 위험해 보이는 행위나 상황을 직감하고 회피하게 해 주니 말이다.
이렇게 보니 자살이란 것은 굉장히 대단한 것 같다. 생존 본능을 억누르고 그 본능보다 더한 의지적 행위를 한 것이니 말이다. 예전에는 자살 행위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으며 왜 하는지 이해를 못 했다. 그런데 요즘 생각엔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. 사람마다 성격과 가치관 성장 배경이 다르니 함부로 뭐라 말하는 게 기만 혹은 훈수 같이 느껴진다. 그래도 혹여자 자살할 생각하는 사람에게 '태어난 김에 하고 싶은 것 하며 사는 게 더 좋지 않을까?'라고 한마디 해주고 싶다.
25살쯤인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. '만약 부모님이 당장 돌아가시면 난 어떻게 해야 할까?' 처음 이 생각이 들었을 때 몹시 처참함을 느꼈다. 성인이 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그 무엇도 할 수 없고 아는 것도 없는 무지와 무기력함이 먼저 내 머릿속에 파고들었다. 첫 그때 생각 이후부터 조금씩 철이 들었으려나? 점점 부모님에게 의지하기보단 스스로 하려고 노력하고 타인의 죽음에 대해서도 조금씩 겸허히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된 것 같다.
불과 몇 개월 전까지도 죽음에 관해서 어떻게 이겨나갈지에 대한 해답은 전혀 못 찾았다가 끝없는 고뇌를 끝으로 한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다. '그래 난 어차피 죽는다. 저명한 학자나 위대한 인물들도 죽음을 이기지 못하였는데 평범한 인간에 불과한 내가 어떻게 죽음을 이길 수 있겠는가? 기왕 죽을 거면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거 다하고 미련 없고 후회 없이 죽자.'라는 게 내 결론이다.
인간은 언젠가 죽는다. 인간인 나는 언젠가 죽지만 죽기 전에 미련 없이 최선을 다해하고 싶은 것 하며 살아갈 것이다.